제목
한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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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구조를 관찰하자. 글자<공간>은 구조의 학습과 이해에서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개념과 조형 모두를 구조에서 가져왔다. 구조는 논리를 수반한 한글의 개념의 ‘설명서’이며 동시에 물질을 쌓거나 늘어 놓은 한글조형의 ‘설계도’인 셈이다. 당연하게도 개념과 조형은 하나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다.
P-1 한글 구조는 총 6가지이다. P-1이 한글의 결합 규칙이다. 자음과 모음은 위와 같이 6가지 방식으로 결합(조합)한다. 익숙한 글자지만 조금 낯설게 대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차례대로 설명하면 A는 자음과 모음이 가로로(수평)으로 결합하는 구조다. ‘가로모임글자’라 부른다. B는 자음과 모음이 세로로(수직)으로 결합하는 ‘세로모임글자’. 그리고 AB는 자음과 모음을 가로, 세로 모두 결합하는 ‘섞임모임글자’다. 가로모임, 세로모임, 섞임모임 이렇게 3가지가 구조가 기본이 된다. 천천히 관찰하면 기본구조 셋의 결합방식은 수평, 수직, 교차이다. 이것을 힘의 방향으로 표현하면 - | +인 셈이다. 그리고 세부적인 각각의 모양을 보자. A1과 B1의 모양을 관찰하자. 그런다음 AB1의 모양을 보자. 형태의 개연성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2, 3, 4번을 순서대로 관찰하면 AB2, 3, 4 모양과 개연성을 느끼게 된다. 가로로 모여지는 모양(A)은 세로로 모여지는 모양(B)과, 이는 다시 교차하는 모양(AB)과 연결되어 표현되어 있다. 즉, 힘과 모양 모두가 일관성 있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일관성을 가진 3가지 기본형에 자음하나를 받쳐 올려(수직) A+, B+, AB+ 다시 3가지 추가된다. 역시 힘과 모양 모두는 기본형과 같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처럼 한글은 정확히 구분된 자음과 모음이 위와같은 6가지 방식으로 규칙적인 결합을 한다. 이 방식이외에는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글자는 위의 6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익숙한 한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갑도록 논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2 그림은 자음(파란색)과 모음(빨간색) 그리고 받침(검은색)을 구분해 결합의 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더불어 한글 구조의 개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자음과 모음이 가로, 세로, 교차 아주 규칙적인 것 같은데 두 군데 이상하다. 첫 번째는 섞임모임(AB)이 완전한 교차하는 모양이 아니다, 정확히 논리적으로 표현 되려면 C모양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가로모임(A+)과 섞임모임(AB+)도 결국 세로로 끝낸다는 점이다. 논리대로 표현하면 아래 P-3의 A+, AB+처럼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글은 P-2의 A+, AB+처럼 가로로 모이든, 교차로 모이든 결국 세로로 끝내고 있다. 그래서 명칭도 각각 ‘가로모임받친글자’, '섞임모임받친글자'이다. 그러면 하나씩 이유를 찾아보자. 먼저 첫번째 섞임모임의 경우는 완전한 논리구조를 가질려면 앞서 언급했듯 C처럼 되어야한다. 첫자음 두 개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렇게되면 간단히 한글원리를 벗어나 버린다. 본질적으로 한글은 하나의 첫 자음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 이유는 소리를 본따 만든 한글 원리 때문이다. 한글은 하나의 음절을 하나의 글자로 규정한다. 음성학적으로 소리는 발성기관 5곳으로 통해 나오는데 한글은 이 5가지 발성기관을 본따 자음이 디자인된 문자다. 첫 자음이 두 개가 된다는 것은 발성기관 2곳에서 한꺼번에 소리가 나와야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고로 음성-소리를 표현한 한글의 원리로 섞임모임은 이해 될 수 있다. 논리의 예외나 실수가 아니라 원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두번째 지적한 기본형에서 분화될 때 모두 받침으로 수직결합 한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P-3처럼 글자를 나열하면 ‘하ㄴ글’이 된다. 왜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사실 P-3로 만들지 않은 이유는 설명되어 질 수 없다. 섞임모임처럼 소리-기호 과정에서 오는 한글 원리 때문만도 아니다. 이렇게 정한 사람은 세종대왕이고, 그 만이 정확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다. 다만 여기서는 결과를 놓고 분석해 봐야한다. 왜 P-2로 만들었는지 말이다. P-3에는 없고, P-2에는 있는 특징. 그것이 세종대왕의 뜻이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현재 모습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금 알아내려고 하는 한글 조형과 맞닿아 있다. P-2는 결과적으로 받침으로 끝나는 구조다. P-1을 보면 가로(A+), 세로(B+), 섞임모임(AB+)받친글자들 모두가 조형적으로 받쳐 올려진 물질 또는 쌓아 올려진 구조인 것을 알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을 수평으로 나열해 놓고 자음하나를 이용해 둘을 받쳐 올린다. 명칭도 '받친'글자다. 1층을 2층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층층이 쌓아올린 블럭이나 박스등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 쌓아올린다는 것은 균형(안정)을 담보하는 행위가 된다. 동시에 보는 이들은 제일 먼저 균형을 감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글 균형의 필요성은 P-2의 쌓아올린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나의 소리는 하나의 글자로, 하나의 글자는 다시 독립된 ‘구조물’로 디자인된 것이 한글이다. 조형으로 표현하자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규칙적이고 논리적이게 모아, 쌓아올린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한글 조형의 핵심이며, P-2를 선택한 세종대왕의 의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란히 비교했던 P-3는 구조물이 될 수 없다. 상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한글의 조형특징은 한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면에서 한글과 한자는 조형적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조금 덧붙여 설명하고 싶다. 한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매일 글자로 접하는 한글을 당연한 텍스트로 받아들인다. ‘아’라는 글자를 보면 그냥 ‘아’라고 읽어 버린다. 마찬가지로 ‘우’라는 글자를 봐도 그냥 ‘우’라고 텍스트로 인식한다. 당연해 보이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조금 곤란하지 않은가. 이런 일반화된 인식은 로마자, 한자 사이에서 한글을 조금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지금 이야기하는 균형과 조형 측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한글은 한자처럼 직관적인 구조물로 인식하기 무리가 있는 글자다. 이유는 가로모임글자들 때문이다. 아, 기. 미, 니 등의 가로모임글자들이 한글을 구조물로 인식하는데 방해요소가 된다. 한글 '이', 로마자 'OI'. 일견 비슷하게 보이지 않은가? 비슷한 조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고, 그렇게 접근하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전혀 다른 균형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글은 가로로 나열하는 로마자와 전혀 다른 조형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마자와 친한척했다가는 균형을 잃고 자빠지는 글자가 한글이다. 나는 구조의 학습을 통해 한글은 어떻게 모이더라도 결국 받침으로 끝맺는 구조물로 인식했다. 가로로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쌓기 위해 '모은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글자<공간>은 자음과 모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가로로 모으는 것으로, 모은 것은 또 쌓여지는 것으로 접근했다. 이것이 한글 결합의 숨은 뜻 일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