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be Typeface :  
Structure -2
알파벳과 한자

한글 구조를 살피며 잠깐 다른문자들을 들여다보자. 한글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고 많이 사용되는 글자는 알파벳(로마자)과 한자다. 이 둘은 동.서를 대표하는 문자의 두 축으로 현재 지구상에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문자이다. 인류 최초의 문자인 한자와 기원전부터 사용되어왔던 알파벳은 그 역사면에서 한글을 압도한다. 알파벳과 한자는 오랜역사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탓에 자연스레 글자(활자,폰트)의 가짓수가 많고, 조형적 완성도 또한 높다. 하지만 두 문자의 형태는 완전히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자의 쉐입뿐만 아니라 구성체계와 접근자체가 완전히 다른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자란 하나의 기호이며 동시에 생산물이다. 어떤이가 무언가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생산물. 그렇기에 특정 생산자가 가지는 사고방식과 철학, 세계관등은 곧바로 생산물을 만드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접근과 개념으로 시작되며, 최종적으로 외형-형태-조형등을 통해 드러난다. 즉, 형태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접근과 개념의 실루엣이다.

알파벳=조형물
한자=구조물

개인적으로 알파벳은 조형물로, 한자는 구조물로 분류하고 싶다. 한글 또한 구조물이다. 이는 정방형의 글자인가 아닌가라는 표면적인 특징 이전에 문자를 구축해가는 접근자체가 서로 다르다는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접근은 곧바로 외형에 영향을 미친다. 분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조형물 : 하나의 물질(재료)로 구성된 온전한 독립체.
구조물 : 하나 이상의 물질(재료)이 서로 어우러지고(결합하여) 쌓여진 집합체.


먼저 알파벳을 살펴보자. 알파벳은 조형물이라 규정하였다. 조형물은 자체로 온전한 독립된 글자. 즉, A, S, n같은 낱글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단위인 동시에 하나의 성질을 지닌 완전한 독립체다. 좌.우의 어떤 글자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각각은 오로지 땅(Baseline)에 의해 지탱되어진다. 그리고 수평의 땅(Baseline)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활용토록 만들어졌다. 예를들면 넓은 공원에 있는 설치미술품 조각, 조형물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듯하다.


P-4


P-4는 알파벳의 그림이다. 1그림은 알파벳 대.소문자는 각각 다른 크기를 가지지만 모두가 베이스라인과 관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소문자는 위로, 아래로 확장되기도 하지만 철저히 베이스라인에 의지된 형태이다. 2그림은 낱글자의 균형과 베이스라인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마치당연하다는 듯 베이스라인 위를 꼿꼿히 서있다. A라는 글자는 인접하는 어떤 글자와도 관계하지 않는 독립된 조형물로 독자적 균형만 가지면 된다. 3-4그림은 베이스라인의 역활과 활용이다. 4그림처럼 베이스라인이 역활을 하지 못하면 있던 균형도 없어진다. 이처럼 알파벳에게 베이스라인은 하나의 그리드(grid)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모든 글자는 베이스라인과 수직적인 힘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마치 땅위에서 비로소 균형을 잡는 물체와도 같다.

그에 반해 한자는 어떤 특정한 그리드가 없다. 당연히 베이스라인도 없다. 억지로 임의의 라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에 절대적인 힘을 받거나 의지되는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대로 조각조각들이 얼켜있는 구조적인 힘을 중요시한다. 알파벳이 단일 조형물로 조각이나 미술품을 상상할 수 있다면 반대로 한자는 여러재료를 혼합하여 쌓아올린 건축물로 비유될 수 있을지 모른다.


P-5


P-5는 한자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다. 부분이 조합하여 전체 큰덩어리, 구조물을 만드는것을 알 수 있다. 가로로, 때로는 세로로 결합된 요소들은 서로 지탱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2그림은 세로로 쌓여진 활용법이다. 중앙으로 지탱되는 구조물은 알파벳과 다르게 쌓여 있을때 안정감이 생긴다. 3그림은 하나의 독립된 물질이 차례로 조합되어 이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4그림은 하나의 ㅡ요소가 차례로 쌓여지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알파벳의 베이스라인과 같은 그리드 없이 구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소를 활용해 구조물을 만드는데 명확한 기준이 되는 땅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베이스라인-땅이 없으므로 구조물에 균형이 필요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한자도 자세히 보면 알파벳과 같은 방식의 균형이 존재한다. 쌓아올린 구조물이 땅위에 있게 되는 순간 가져야하는 모든 균형이 한자에게도 필요하다. 다만 알파벳처럼 땅을 명확히 규정하고 구조물을 그 위에 쌓아올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접근이 아마도 동양의 사고방식, 세계관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바둑판이다. 바둑은 알다시피 중국의 오랜역사를 가진 보드게임이다. 그런데 규칙을 알기 전에 바둑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내 땅과 상대편 땅을 구분할 길이 없다. 위.아래도 없고 오로지 네모난판에 네모난 격자가 전부다. 바둑판 디자인은 소위 동양사상과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 같기도하다. 하나의 정사각형 공간. 거기에 상하좌우 구분이 없다. 다만 네면은 모두 땅으로, 정중앙을 하늘로 규정한다. 그리고 9개의 점이 있다. 이점은 각각명칭이 있는데 정중앙을 천원(天元)이라 한다. 직역하면 '하늘시초'이다. 만물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즉, 만물은 하늘-중앙에서 생성된다고 풀이 할 수 있다. 앞서 베이스라인이 없는 한자의 특징. 그리고 중앙에 시작된다는 개념은 바둑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글은 구조물이다. 그런면에서 알파벳과 전혀다른 접근이며, 앞서 설명한 한자와 유사성이 많다. 어떤 특정한 그리드에 의존해 만든 방식이 아닌 구조물. 그것은 한자의 문자방식을 택했다기 보다 하나의 동양세계관이란 큰 틀에서 해석 되어지는게 옳을 것이다. 그 사상적 유사성 이외 한자와 닮은 모습은 사실상 없다. 그런데 나는 최초에 한글이 균형을 잡기 까다롭다고 말했다. 한자나 알파벳보다 한글이 균형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자도 한글과 같은 구조물인데 획수가 한글보다 많은 한자가 훨씬 힘들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같은 구조물 한글과 한자의 차이를 찾아보자. 균형의 차이. 이부분이 같은 세계관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한 한글구조의 특징이다.


2013. 3. 5
the Truth will always be